"박해영, 잠깐 나 좀 봐." 신경질적으로 제 책상에 사건 파일을 집어던진 수현이 해영을 힘껏 째렸다. 나오라는 말을 내뱉고 뒤돌아 먼저 이 자리를 뜨는 것. 어린 시절, 아주 익숙했던 일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면 당연한 수순처럼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작은, 멱살잡이부터다. 아니나다를까, 수현의 뒤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오니 매서운 손길이 ...
9월 10일, 새벽녘 발간된 신문이 지하철 플랫폼에 쭉 마련되었다. 신문의 가장 큰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정치 기사였다. 최근 어려워진 경제 사정에 책임을 통감한 경제부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기사 뒷면으로는 길고 긴 前 경제부 장관의 인터뷰와 그의 큼지막한 사진이 실려있다. 그 다음 장으로는 달리던 트럭에서 맥주병 1300여 개가 쏟아져 고속도...
박스 안에 책상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쓸어담으면서, 나는 닿지 않는 시야에 있는 너의 눈치를 한껏 보기 시작했다. 너는 내 맞은편에서 꼭 어젯밤 라면 두 봉지나 해치운 사람처럼 퉁퉁 부은 얼굴을 해가지고 입을 꾹 다물고 서있다. 새벽녘부터 아침에 이르기까지, 장승처럼 저 자릴 지키고 있길래 무슨 호출이냐 물었다. 그때도 이미 부은 얼굴을 해가지곤 잠긴 목으로...
* 제티님과 연성교환으로 쓴 글입니다 제티님 연성 >>http://posty.pe/9mtclg 한참 읽던 성경책을 탁 소리나게 덮고 창민은 곁에 있는 상연을 확 째렸다.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대며, 성경 읽는 창민을 내내 꽃받침하고 바라보는 상연이 퍽 맘에 안 드는 표정이다. "원수를 제 몸같이 사랑하라니. 너무 궤변이라는 생각 안 듭니까?" "...
바람을 타고 잎사귀 수런대는 소리가 숲 내에 잘게 진동한다. 오늘의 목표는 사실상 땔감보다도 고기였기에 숲 안으로 아주 들어왔으나 산짐승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기껏 준비해 온 묵직한 산탄총이 쓸모 없게 되었다. 이래서야 이번 가을 초장부터 고깃내 맡기는 그른 듯 싶다. 제법 덥수룩한 수염 움키며 턱 아래 흐르는 땀을 훔친다. 이만 돌아갈까. 해도 이미...
※ 주의. 글이 다소 피폐하거나 잔혹할 수도 있습니다. 적갈색 갈기에 이슬이 잔뜩 맺혀있었다. 자욱한 안개 속을 사정없이 달려왔으리라 짐작하며 천천히 말 앞에 다가서니 말 위에 올라탄 자가 고갯짓으로 뒤 편을 가리킨다. 말의 뒤로는 한 때 꽤 화려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녹슨 마차가 달려있었다. 그러나 크기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탓에 탑승을 한참이나 망설인다....
오스트리아 전역은 물론 온 유럽을 휘젓던 음악 신동은 이제 없었다. 대신, 눈 아래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운 늙수그레한 자는 너저분한 집 안에 짜내지 못한 빨래처럼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어둑한 방 안 붉게 밝혀놓은 화점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을 지켜보며 침침한 눈을 감는다. 소파 위에 나동그라진 몸은 이미 시체나 다름없게 되었다. "자네 꼴 좀 봐. 참 볼...
아무래도 내부 정보가 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번 이런 식으로 번번이 놓칠 리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재한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다만 핏발 선 눈은 강력계 내부의 수많은 형사들을 죽 훑는다. 이제 눈에 담는 이들은 아군이라는 증표를 가진 수많은 잠재적 용의자들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 파트너인 창민 역시 예외는 될 수 없었다. "한참 찾았...
Thrill Me 막 통화를 마친 창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우리 박 형사가 누군데. 자네만 믿어 응? 방금 전 통화 내용을 곱씹으며 창민은 내려진 블라인드 커튼 사이로 밤의 움직임을 느긋하게 훑었다. 관자놀이에 닿는 머리칼을 손가락 사이로 쓸어넘기는 모습이 여유로웠으나 실상 기분은 내려앉은 밤의 장막만큼이나 어두웠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번에도 ...
오늘따라 날씨가 후텁지근했다. 이런 날엔 점보 하드라도 하나 입에 넣어야하는데. 불만이 많은 얼굴로 코 언저리를 축축하게 적시는 땀을 발로 슥 훔쳐낸다. 도대체 길가에 세워둔 차가 왜이리 많은 건지. 차를 통째로 바베큐 구이 해먹을 속셈이 아니면 유료 주차장을 이용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이러라고 올림픽 개최하고도 거뜬히 남는 땅을 주차장으로 만든 게 아닐텐...
연성나라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