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선배는 오래도록 소식이 없었다. 저번 겨울, 선배가 김범주 과장과 함께 인주로 내려가버린 후부터 나는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선배가 돌아오는 날을 달력에 표시해놓고 기다렸으나 저편에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던 것도 잠시, 풀죽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러나 대놓고 비교 할 것도 없이 이쪽과 그...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뒷통수에 뻐근함을 느끼며 나는 걷고 또 걸었다. 목적지도 모르고 걷는 듯 했으나 곧바로 떠오르는 네 얼굴에, 이미 목적지는 너라고 정해놓은 마음을 알아챈다. 먼데서 찌르르, 풀벌레 우는 소리를 느끼며 나는 괜히 마음이 동했다. 속이 미식거리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처럼 불안하게 덜컹인다. 다 이고가지 못할 짐을 실은 화...
15분이 넘게 이어지는 적막한 퇴근길을 밟아간다. 눈앞의 코너를 돌면 나오는 골목길 끝에 그가 사는 집이 있었다. 코너를 돌자마자 휑댕그렁하고 어두운 골목길. 끝에 점멸하는 황색 가로등이 보인다. 멀리서보아도 얼핏 익숙한 실루엣이 그 안에 있다. 골목길 끝, 점멸하는 가로등 안에 그가 서있다. 박창민. 재한은 걸어나가며 언뜻 무언가를 결심하는 사람처럼 표정...
쪽빛 도포 끝자락이 바람결에 넘실댄다. 기척을 아주 없앴음에도 단번에 알아채고서 손에 든 담뱃대로 곁의 바위를 툭 건드니 푸식─ 하며 바람 새는 소리와 함께 키가 훤칠한 사내가 나타난다. "아이고 아이고 허리야. 도사 죽네!" "너 치고는 오래도 버텼구나." "망할 영감. 다 알면서 그랬지?" "언제까지 버티나 시험해보았다." 손에 든 담뱃대 입에 물고 조...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 이르시되 내가 창조한 사람을 내가 지면에서 쓸어버리되 사람으로부터 가축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그리하리니 이는 내가 그것들을 지었음을 한탄함이니라 하시니라」 - 창세기 6장 5절~7절 성경 구절을 떠...
* 쟈니님 커미션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제 앞의 목조 건물을 대강 훑어보자마자 길동은 이 사건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지붕은 온통 낡아빠져서 보수가 시급해보이는데, 아니나다를까 처마 끝부분 나무는 이미 썩어들어간지 오래였다. 이런 허름한 건물이 말해주는 건 이 안에 고급으로 분류되는 중요 정보는 없다는 것이었다. 흥신소도 이제 한물 가려는 게 분명한 모양이다....
열릴 때마다 쏟아져나오는 것이 한가득인 입술을 쳐다보았다. 붉은 기가 도니 아마도 붉은 피가 흐르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오늘은 좀 어때?" "어떻긴, 그냥 똑같지." 다른 놈과 몸을 섞어놓고도 모르는 척, 뻔뻔한 낯짝을 잘도 디민다. 그리고 밤이 되면 제 위에 올라타 넣어달라고 궁둥짝 뒤흔들겠지. 늘 그런 식이었으니 새삼 열받을 것도 없다. "…별로 먹음...
"아버지도 참 쓸데없는 것에 공을 들이신단 말이야." 손목에 털어놓은 코카인을 코로 들이마시며 조태오는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괜히 창 버튼을 딸깍거렸다. 심기 불편해 보이는 조태오의 모습에 괜시리 겁을 먹는 것은 앞자리에서 운전 중인 최 상무였다. "그러게. 회장님도 가만보면 엉뚱하실 때가 있다니까. 느닷없이 바둑이 뭐야, 바둑이." 최 상무는 ...
* 릴리님 리퀘로 작성된 글입니다 유동인구도 적은 작디 서울 구석의 작은 달동네. 웬만한 체력으로는 오르내리기조차 버거운 그곳에 집을 둔 해영은 집으로 향하는 계단 밑에 앉아있는 일이 잦았다. 밤이면 집에서 나와 거기 앉아 아주 오래, 발 올리고 두 무릎 당기고 있는 시간이 길었다. 회색 추리닝, 하늘 후드티에 달랑 조끼 점퍼 입고 나와서는, 울 것 같은 ...
간밤에 고장난 무전기에서는 불이 켜졌다꺼졌다 반복하는 일이 잦았다. 그리고 어느날에는 치직거리는 잡음이 끼어들었고 결국, 시작 되어버린 무전은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몹시도 힘든 하루였다. 다 잡은 용의자는 튀질 않나, 이상한 제보는 하루에 수백 건씩 밀려들어오지 않나. 이와중에 강력계를 무슨 파출소급으로 생각하는 모양인지 대낮부터 술 들이붓고 고주망태...
연성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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